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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극우’ 남발, 언론이 문제다

지난주 한국 언론 기사들에서 ‘종말’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봇물을 이뤘다.     뭔가 해서 읽어보니 미국 시민들이 플로리다주 한 지역에서 사격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연재해, 전염병, 전쟁 등으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자 종말과 같은 극단의 상황을 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태평양 건너의 한국 언론이 이런 스토리를 취재했을 리 없다. 출처를 보니 뉴욕타임스다. 쉽게 말해 번역 기사인 셈이다.     한국 언론들의 번역 기사는 ‘찍어내기’식이 많다. 기사 내용을 보면 사실상 문장, 논조, 순서까지 대체로 비슷하다.       흥미성은 차치하고 기사들중 공통적으로 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극우 단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총기 소유에 대한 인식이 뒤바뀌고 있다는게 뉴욕타임스의 진단이다.’     진보 진영의 캐런 배스 LA시장, 심지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말라 해리스까지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마당에 ‘극우의 전유물’이란 용어가 뜬금없다.       뉴욕타임스의 원문 기사를 찾아봤다. 일단 기사를 읽어보면 저런 문장 자체가 없다. 게다가 원문에는 ‘극우’라는 용어도 없다. 뉴욕타임스가 ‘우파(right-wing)’라고 명시한 것을 자의로 ‘극우(far-right)’라고 번역해 보도한 것이다.     물론 기사 전반의 내용을 보면 대개 총기 소유의 권리를 옹호하는 쪽이 보수 진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사격 훈련은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엄밀히 따지면 저 대목은 한국 기자들의 임의적인 번역이다.       맥락도 없이 ‘극우’를 남발하는 시대다. 남발은 사실을 왜곡하고 곡해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데이터 연구 과학자인 데이비드 로자도 박사가 에릭 커프먼 교수(버킹엄 대학)와 함께 ‘뉴스 미디어에서 정치적 극단주의를 나타내는 용어 사용 빈도의 증가’라는 주제로 지난 2022년에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등 54개 뉴스 매체에서 3000만 건 이상의 기사, 칼럼 등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만해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극우’와 ‘극좌’ 용어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사용했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두 언론 모두 극우 용어의 사용이 ‘극좌(far-left)’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많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들어 심화했다. 2008~2014년 사이 뉴욕타임스에서는 ‘극우’ 용어 사용이 243%, 워싱턴포스트에서는 359%나 급증했다. 2015~2019년을 보면 각각 260%, 128%씩 더 증가했다.     논문은 극우 용어의 증가 현상이 뉴스 매체들의 편견(prejudice) 및 사회 정의(social justice) 담론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언론의 이념적 중심축이 왼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진보 성향의 엘리트들이 언론계로 진입한 것을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뉴스룸 내부의 이념적 불균형이 결국 정치적 극단주의 용어 사용과 관련해 비대칭성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극우 용어의 남발은 뉴스 미디어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반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고 기사 확산을 극대화하면서 작용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지난 3월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는 대표적 공영방송인 PBS와 NPR의 운영진들에게 내내 질타가 쏟아졌다.     팻 팰런 연방 하원의원(공화)이 폴라 커거 PBS 대표에게 “2023년 6~11월 사이 PBS 보도 중 극우와 극좌 용어 사용의 비율이 ‘96:4’인데, 이러한 편향성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물론 커거 대표는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또한 팰런 의원은 NPR 소속 기자들의 유권자 등록 현황도 언급했다. 그는 캐서린 마허 NPR 대표를 향해 “공화당원이 한명도 없는 걸 보니 민주당이 왜 그렇게 당신들을 극렬하게 방어하는지 이해가 된다”며 “민주당의 선전 부서가 됐다”고 다그쳤다.     이토록 편향적인 주류 미디어를 그나마 ‘받아쓰기’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인데, 한국의 언론들은 한 번 더 비틀어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기사에 중독된 독자들이 과연 미국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심각한건 ‘극우’가 아니다. 인간의 인식을 망가뜨리고 있는 언론이 문제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극우 남발 한국 언론들 극우 단체 번역 기사인

2025-04-14

[뉴스 포커스] ‘바이든 족’과 ‘날리면 족’

‘미국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할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생긴 궁금증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어 선택에 초점을 맞춰 기사들을 읽었다.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것은 ‘이xx들이…, ooo이 쪽팔려서’라는 내용.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들을 미국 언론들은 어떤 단어로 미국 독자들에게 전달할까.   결과는 예상 가능한 단어들이었다. 구체적으로 옮기지는 않겠지만 ‘xx’는 두 가지 , ‘쪽팔려서’도 2~3가지 정도로 번역했지만 그리 강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 핵심 내용은 취재보다 타사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것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한 차례 보도로 끝났다. 후속 기사나 없다는 것은 단순 해프닝 정도로 여겼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에서 더 난리가 났다. “한국은 지금 ‘바이든 족’과 ‘날리면 족’으로 갈라졌다”는 한 정치 평론가의 분석이 지나친 과장이 아닐 정도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ooo’을 ‘날리면’으로, 반대하는 쪽에는 ‘바이든’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말을 전혀 다르게 주장하는 것은 양쪽의 갈등관계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해당 영상을 수십번씩 봤다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의 말을 해독하기 위해 전 국민이 듣기 평가 시험을 치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제는 소리 전문가, 언어 전문가의 분석까지 등장한다.     사태는 갈수록 확전 양상이다. 해당 영상과 자막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는 고발을 당하고, 국회에서는 외교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됐다. 안타까운 것은 모든 국가 에너지를 쏟아부을 만큼 이렇게 확대될 만한 사안이었나 하는 것이다.     정작 미국 정부나 언론, 국민은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비속어 논란이 일자 미국 정부는 즉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는 굳건하다”며 차단막을 쳤다. 연방의회도 별 반응이 없다. 미시간 주의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인 피터 마이저라는 의원이 트위터에 ‘그런 말은 우리끼리나 할 내용’이라는 글을 올렸을 정도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보도한 일부 기사에는 꽤 많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보다는 ‘맞는 말 했다’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네티즌들은 “의원들, 그런 말 들을만 하지” , “마이크에 잡힌 것은 문제지만 맞는 말 했네”, “전적으로 옳은 말”, “연방의회에 대해 잘 알고 있네” “전적으로 동감, 연방의원들은 쓸모없는 욕심쟁이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적절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이라는 주장은 소수에 불과했다. 마이저 의원의 트위터 댓글에도 “한국 대통령 스마트하네” “그는 잘못 말한 게 없다”는 등의 반응이 훨씬 우세했다. 연방의원들에 대한 불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한 이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왜곡 보도로 (한국의) 국익이 훼손되고 한미 동맹관계가 손상을 입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미국 언론들은 한국 여당 등의 언론사에 대한 압박 상황을 더 유심히 지켜보는 듯하다.  ‘대통령의 발언 논란’으로 더는 한국의 에너지자 낭비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미국 언론들이 이와 관련해 후속 보도를 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의 말실수나 막말 논란은 늘상 있는 일이다. 주로 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막말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강간범, 마약범’으로 지칭했다 라티노 커뮤니티는 물론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미국을 방문한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서는 “멕시코인은 굉장한 사람들”이라며 치켜세웠다. 말을 말로 푼 것이다.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한국 언론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지지자들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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